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스즈메의 문단속" 속 일본 문화와 신화
    모티프/신화 종교 관련 2023. 3. 11. 19:28

    신카이 마코토와 스즈메의 문단속すずめの戸締まり.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 별의 목소리를 접한 이래 매번 영화관과 소설과 BD를 수집하며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으로써, 이번 작품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연출과 영상미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과거의, 언어의 정원까지의 이른바 힙스터 감성에 가까운 신카이 마코토가 아닌, 별을 쫓는 아이, 너의 이름은과 같이 대중을 위한, 대중이 원하는, 대중 작품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힌듯 합니다.

    구닥다리라고 해야하나 7-90년대 문학/연속극같은 묘한 맛의 신카이는 더이상 볼 수 없다를 인식시켜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보이는 다양한 모티브

    문단속 戸締まり과 이와토 스즈메岩戸鈴芽 연관성

    흔히, 일본 신화라고 하는 내용은 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서기에 실린 신들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보다 넓게는 풍토기나 각종 민담, 전설, 절이나 신사에서 기록한 전설 등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일본 신화중에서는 "문"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2개 등장합니다. 저승과 이 세상을 구분짓기 위해서 문을 걸어잠그는 일화와 문 안에 있는 이를 밖으로 꺼내고 (다시는)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일화가 나옵니다.

    저승과 이 세상을 구분짓기 위해서 문을 걸어 잠그는 일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요모츠히라사카黄泉平坂 )

    일본 신화에 따르면, 이자나기와 이자나미는 최초 천지개벽에서 가장 마지막에 생긴 신이자 오누이였습니다. 앞서 생겨난 신들에게 일본(으로 표현되는 세상만물)을 만들라는 명령을 받아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섬을 만들고. 동식물 그리고 수많은 신들을 낳았습니다.

    그러던 중, 여신 이자나미는 불의 신을 낳다가 음부에 화상을 입고 죽어서 저승에 속하게 됩니다. 남신 이자나기는 이자나미의 죽음을 한탄하다 그녀를 되찾기 위해 저승, 요미노쿠니黄泉国로 향합니다. 이자나기는 저승에 찾아가 아내를 데려가려고 했으나, 저승은 현실과 달리 요모츠노 카미라고 하는 신에게 속한 영역으로 이자나미는 그 신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자리를 비웁니다.

    기다리던 지루함을 참지 못한 이자나기는 사실 이자나미의 시체가 부패하여 보기 흉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이자나미를 버리고 돌아가 버립니다. 이 사실을 알고 부끄러움과 분노에 찬 이자나미는 시코메醜女라고 하는 저승의 존재를 풀어 이자나기를 추격합니다.

    이자나기는 저승과 이 세상의 경계라는 초원. 요모츠히라사카黄泉平坂라는 곳에서 거대한 바위 돌岩을 문戸 삼아 저승의 것이 현실로 오지 못하도록 걸어잠급니다.

    그리고 바위 문에 가로막힌 이자나미는 이자나기를 향해서, 이 세상에 저주를 겁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을 하루에 1,000명씩 죽여버리겠다" 그리고 바위 문으로 걸어잠근 이자나기는 이자나미를 향해서 이 세상에 축복을 겁니다. "이 세상에서 인간을 하루에 1,500명씩 태어나게 하겠다" 그리고 저승에서 이 세상으로 돌아온 이자나기는 흐르는 물로 저승의 더러움을 씻어 내리고 몸을 정화합니다. 

    이때 이자나기에게서 일본 미디어매체에서 자주 거론되어 이제는 익숙한, 이자나기의 자식이자, 격이 높은 3 신, 해를 상징하는 아마테라스天照大神, 달과 밤을 상징하는 츠쿠요미月読尊, 그리고 바다와 폭풍 떄로는 저승을 상징하는 스사노오素戔嗚命가 생겼다고 합니다.

    문 안에 있는 이를 밖으로 꺼내고 (다시는)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일화

    이자나기는 이 세상을 앞선 신들에게 양도하고 은거하지만, 아마테라스가 사실상 지배하는 체제가 되었습니다. 아마테라스는 자신들 중 스사노오가 성질이 포악하고, 행동이 수상쩍기 짝이 없어 항상 스사노오의 의도를 의심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겁주고 똥을 던지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를 하고다니니 "신 못해먹겠다" 라며 신들의 세상 어딘가에 있는 동굴에 바위문으로 틀어막고 자신을 봉합니다.

    일본 신화에서는 아마테라스는 태양신이라서 온 세상에서 빛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들은 모여서 해결방안을 생각합니다. '바위문 앞에서 시끌시끌하면 저 여신이 궁금하다고 나오지 않을까? 그때 꺼내고 다시는 못들어가게 막아버리자'

    신들이 바위문 인근에서 춤도 추고 웃고 떠들고 하자, 아마테라스가 숨은 곳까지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마테라스는 "아니 내가 여기 있는데 뭐가 좋다고 저렇게 시끄럽지?"라며 스스로 걸어잠근 문을 열자, 그때 다른 신이 아마테라스를 문 밖으로 끄집어 내고 다른 신들은 아마테라스가 다시는 숨지 않도록 약송르 받습니다.

    스즈메의 이름과 일화의 연관성

    앞선 두 일화에서 "막아버리는 개념"은 신화에서 모두 바위岩 문戸, 러니까 스즈메의 성, 이와토岩戸를 사용합니다. 저승과 이승을 경계짓고 걸어잠그는, 출입을 막아내는 작중의 스즈메와 잘 어울리는 요소입니다.

    문단속으로 번역된 토지마리戸締まり라는 단어는 한국말 문단속과 동일하게 ( 조심하기 위해서 )문을 닫고, 걸어잠그는 행위를 말합니다. 비약을 섞으면, 스즈메의 문단속과 작중 스즈메의 이름은 사실상 동일한, 스토리의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미미즈와 지진 그리고 신

    미미즈? 지렁이?

    본 작품에서 재해의 상징인 "미미즈"는 일본어로 지렁이ミミズ를 의미합니다. 이 미미즈라는 단어의 어원으로 여러 설이 있는데 작품과 연관성이 있어보이는 재미있는 어원의 추정이 있습니다.
     - 눈이 없어 볼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의 메미즈目見ず가 발음이 변했다는 설.

    작 중에서 미미즈는 눈이 묘사되지 않고, 지렁이와 같이 묘사됩니다. 또한, 미미즈를 막아내면 물로 변하는데, 일본 신화에서는 물은 더러움/죽음을 씻어내리는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일본 섬 밑의 존재와 지진 그리고 카나메이시要石

    본 작품에서 미미즈는 일본 열도 전체적으로 깔린 존재로, 미미즈 때문에 지진이 일어난다고 설명하는데, 이와 연관성있는 개념이 있습니다.

    과거 일본에서는 "일본이라는 섬 밑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있는데, 이것이 움직일 때마다 지진이 일어난다. 그래서 지진이 잦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뭔가 있어보이려고 으로 묘사할 때도 있지만, 뱀이나 메기なまず 혹은 지진 벌레地震虫로도 묘사되었습니다.

    지진벌레는 둘째치고 뭔 메기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생각보다 옛날 일본에서는 넓게 인정되었습니다.

    일본의 카시마 신궁鹿島神宮이라는 신사에서는 그 신사에서 모시는 신은 번개의 신이자 무예가 뛰어난 타케미카즈치タケミカヅチ라는 신이 이 큰 메기가 함부로 지진을 일으키지 말라며 카나메이시要石라고 하는 주춧돌을 땅(속에 박힌 메기)에 박아두었다며, 자기네 신사를 PR하였고, "큰 메기가 있어가지고 지진이 일어난데" "그러고보니 지진 났을 때 메기가 지랄났더라" "역시, 큰 메기가 밑에 있는게 분명해"라는 인식이 넓게 자리잡게 됩니다.( 여담으로 도쿄에서 스즈메의 고향까지는 카시마 신궁 계열의 신사의 세가 강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메기는 물고기 주제에 흙 속에도 파묻혀 있을 때도 많고, 미끌거리면서 엄청 움직이고, 뭔가 나쁜짓 했을 것 같은 외형이잖아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지진 벌레"로 변역할 수 있는 지신무시地震虫가 그 원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지신 벌레라고 하는 것은 머리를 동쪽으로 꼬리를 서쪽으로 일본 열도 전토에 뻗어있다고 하는 무지막지하게 큰 벌레로 묘사되곤 합니다. 보통 카나메이시는 앞선 이미지들과 같이 꼬리를 문 머리 혹은 머리에 박아넣었다고 묘사됩니다.

    건드리지 않은 신에게선 탈(저주) 없다触らぬ神に祟りなし

    흔히 긁어보스럼으로 번역되는 일본 속담입니다.
    여기서 건드리다는 실제로 육체적 터치가 아니라, 관계를 맺거나 기분을 언짢게 하는 행위를 포함합니다.

    다이진? 사다이진?

    작중 다이진과 사다이진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데, 영화관 자막상으로는 설명이 약간 미묘했는데, 화면인가.. 지나가는 대사에 작중 옛날 대신大臣들이 기를법한 수염을 한 고양이라고 해서 다이진大臣이라고 부르자고 합니다.

    후반에 나오는 좀 더 큰 고양이는 사다이진이라 하는데, 이는 좌대신左大臣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좌대신이 더 큰 건 다이진이 일을 유기하거나 스즈메에게 거부당한 것도 있지만, 옛 동북아권에선 신/임금은 북을 등지고 남을 바라본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존재의 왼쪽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한국의 역대 왕조나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좌대신/좌의정이 우대신/우의정보다 더 높은 직위였습니다.

    뒷문을 잠그는 주문

    작 중 "문"을 잠글 때 쓰는 주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かけまくもかしこき日見ずの神よ
    遠つ御祖の産土よ
    久しく拝領つかまつったこの山川
    かしこみかしこみ謹んでお返し申す
    일본 CM 참조

    이러한 주문은 일본의 전통 종교인 신토神道의 축문/주문으로 번역되는 노리토祝詞 입니다.
    노리토는 갈구하는 대상과 나의 조상신에게 이러이러한 내용을 하겠습니다 요청을 들어주세요 라는 형식을 갖춥니다.
    정식 번역은 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데, 뉘앙스는 대충 이렇습니다.

    ( 주문을 읊는, 요청을 하는 제가 )감히 말씀 올리기 어려우신 존재인 히미즈 신이시여
    오랫동안 선조 대대로 머물러온 토지와 이를 지키는 신이시여
    ( 감히 우리가 )오랫동안 빌렸던 이 산과 강( = 땅과 그 기억 )을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기꺼이 되돌려 드리겠습니다.

    이때 히미즈는 두더지과의 동물로 지렁이의 천적인 일본뒤쥐Urotrichus talpoides를 의미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