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종교 관련2015.05.06 17:57

 동화나 동요에서는 달에는 토끼가 살고 약방아인지 떡방아인지를 찧는다는 이야기는 어릴 때 한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달에는 왜 하필 토끼가 살고 그 토끼는 하필이면 방아를 찧는다고 하는지 궁금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글이 길어질듯 해서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면, 달에 토끼가 사는 이유는 불교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방아를 찧는다는 개념은 도교에서 유래한 걸로 봅니다.



석가모니의 전생에 대해 다룬 설화집인 본생담本生談에는 석가모니의 많은 전생과 그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여기서 토끼의 소신공양이라고도 하는 한 이야기가 동아시아에 "달에는 토끼가 산다고 하더라"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합니다. 


다음은 본생담을 인용한 당나라의 삼장법사 현장이 쓴 대당서역기의 인용입니다.

 열사의 못에서 서쪽으로는 세 개의 동물의 솔도파[각주:1]가 있다. 이는 여래께서 보살행을 닦으실 때에 몸을 태운 곳이다. 


겁초 때에는 이 임야에는 여우와 토끼와 원숭이가 서로 달랐지만 사이좋게 지내며 살고 있었다. 이 때에 제석천이 보살행을 닦는 자가 누구인지 시험해보고자 지상으로 내려와서 노인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리고 나서는 세마리 짐승들에게 물었다. 


“너희들[각주:2]은 편안하게 지내고 있느냐 두렵거나 놀라운 일은 없느냐?” 


그들이 답하길 “풍요로운 들과 우거진 숲을 마음대로 노닐고 돌아다니니, 서로 다른 동물이지만 함께 기뻐하며 편안하게 즐기고 있습니다.” 


노인이 말하길 “듣자하니 너희들은 정이 두텁고 마음이 잘맞는다고 하기에 이 늙은 몸을 이끌고 이렇게 먼 길을 찾아왔다. 그런데 나는 지금 너무나 배고프고 목이 마른데, 무언가 먹을 것이 없느냐?” 


그들이 말하길 “부디 조금만 기다려주신다면 저희들이 가서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곤 하나된 마음으로 각자 길을 나누어 먹을 것을 찾으러 다녔다. 


여우는 물가를 따라 가다가 신선한 잉어 한마리를 잡았다. 원숭이는 숲에서 진귀한 꽃과 열매를 따와서 노인에게 진상했다. 그런데 토끼만은 빈손으로 돌아와 주위를 뛰어다녔다.  

노인이 말하길 “내가 보니 너희들은 아직 화합하지 않는구나. 원숭이와 여우는 뜻을 합하여 각각 능히 먹을걸 가져왔는데, 오직 토끼는 빈손으로 와서 혼자 나에게 먹을 걸 주지 않았다. 내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지 않느냐!” 


토끼는 이렇게 자신을 힐책하는 소리를 듣고는 여우와 원숭이에게 말하길 “장작과 풀을 많이 베어와 주면 뭔갈 만들어 보겠다.” 


여우와 원숭이는 앞다투어 풀을 모으고 나무를 해왔다. 장작을 높이 쌓아 불을 붙이자 맹렬한 기세로 불이 타올랐다. 

토끼가 말했다. “인자하신 어르신! 저는 비열한 종자라 아무것도 찾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미약한 몸이나마 한끼 식사로 대접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 죽어버렸다. 이 때 노인은 제석천으로 돌아와서는 재를 해치고 토끼의 뼈를 수습했다. 


토끼 행동을 가상하게 여기며 탄식하고는 여우와 원숭이에게 말했다. “이렇게까지 하다니. 나는 진심으로 감동했다. 이 자취가 사라지지 않도록 토끼를 달로 보내어 후세까지 전하리라! 그곳[각주:3] 사람들은 모두 달에 사는 토끼가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라고 말하며, 후세 사람들은 이곳에 솔도파를 세웠다.

(중략) 

烈士池西有三獸窣堵波,是如來修菩薩行時燒身之處。劫初時,於此林野有狐、兔、猨異類相悅。時天帝釋欲驗修菩薩行者,降靈應化為一老夫,謂三獸曰:「二三子善安隱乎?無驚懼耶?」曰:「涉豐草,遊茂林,異類同歡,既安且樂。」老夫曰:「聞二三子情厚意密,忘其老弊。故此遠尋,今正飢乏,何以饋食?」曰:「幸少留此,我躬馳訪。」於是同心虛己,分路營求。狐沿水濱,銜一鮮鯉。猨於林樹採異華菓。俱來至止,同進老夫。唯兔空還,遊躍左右。老夫謂曰:「以吾觀之,爾曹未和。猨、狐同志各能役心。唯兔空返,獨無相饋。以此言之,誠可知也!」兔聞譏議,謂狐、猨曰:「多聚樵蘇,方有所作。」狐、猨競馳銜草。曳木。既已蘊崇,猛焰將熾。兔曰:「仁者!我身卑劣,所求難遂。敢以微躬充此一飡!」辭畢,入火,尋即致死。是時老夫復帝釋身,除燼收骸,傷歎良久,謂狐、猨曰:「一何至此?吾感其心,不泯其迹;寄之月輪,傳乎後世!」故彼咸言:月中之兔,自斯而有。後人於此建窣堵波。


제석천이 토끼를 달로 보낸 것은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토끼와 달의 발음이 비슷한 단어였다는 설이 있기도 합니다.


 아무튼 토끼가 달에 있다라고 하는 이 전설은 불교가 인도를 떠나면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에 대한 이론이 존재하긴 하지만 본생담 외에는 '달에 왜 토끼가 있다'라는 걸 설명해주는 전설이나 마땅한 기록된 사료가 없어서 문제죠. 월토月 혹은 옥토玉兔는 한나라 이후부터 보이거든요. 뭐 설사 이게 근본적인 뿌리는 아니더라도 개념을 만드는데 영향을 끼쳤으리라 봅니다.


 그럼 방아인지 절구인지를 찧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고 많은 노동 중에 하필 그걸까? 하실텐데요. 이는 도교에서 말하는 선단仙丹이라고 하는 불로불사의 약 때문입니다.



대체로 토끼가 찧는 노동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해 말할 때에는 예와 항아 이야기와 연관이 없는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이야기로 나뉩니다.  


연관이 없는 이야기에서는 신선들은 선단을 복용해서 불로불사를 누리게 되는데 가끔 만들다보면 영웅이든 지나가던 농부든 하는 사람들이 와서 정신이 집중하고 부정타면 안되는 작업에 초를 치거나, 완성된 걸 훔쳐가거나,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 달라고 한단 말입니다. 그래서 험준한 산 위에서 만들어보니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라면서 산을 올라오질 않나,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만들어보면 꼭 표류해서 입성하지 뭡니까? 그래서 다들 모여서 궁리를 해보니까,


"그럴꺼면 우리만 갈 수 있는 세계인 달에서 만드는게 어떨까?"라고 누가 아이디어를 내서 죄없는 옥토玉兎[각주:4] 한 쌍[각주:5]을 불러다가 재료와 절구[각주:6]를 주고는 "그래 너희들이 고생이 많은데, 앞으로 여기서 약을 좀 만들어야겠다."라면서 시켰다드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 예와 항아랑 관련된 이야기는, 먼저 고대의 신이자 영웅 태양을 쏘아 추락시킨 예와 항아嫦娥 · 姮娥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써둔 게 있으니 참조해 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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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불로불사의 약을 다 먹어버린 항아는 벌이 무서워서 도망치든 벌을 받든 해서 달로 가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달에 도착하게 된 항아는 피부가 오돌토돌해져서 추악한 모습의 두꺼비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게 달에 사는 두꺼비의 유래라고 합니다.[각주:7] 한나라 이전에는 그전까지는 당해도 싸다 라는 여론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항아는 어여쁜 모습 그대로 달에 유폐 혹은 살게 되었다는 형식으로 바뀝니다.


 계속 아무튼 하는거 같은데, 아무튼 달에는 (두꺼비가 된)항아와 항아가 키우던 토끼 혹은 원래부터 달에 살고 있었던 토끼와 계수나무 이렇게 있었는데, 어느 이야기에서는 항아가 키우던 토끼가 연좌제로 불로불사의 약을 만드는 벌을 받았다고 하고, 달에 원래 토끼가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에서는 항아를 불쌍히 여기던 원주민 토끼가 불로불사의 약을 만들테니 항아의 죄를 덜어달라고 했다라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달토끼는 약이 아니라 떡방아를 찧는거 아닌가? 거 만화나 동화책보면 그러잖아"하는 의문이 드시는 분이 많을텐데요.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약입니다. 떡방아를 찧는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때문에 달토끼는 약방아를 찧는다라는 말인 옥토도약玉兎搗藥라는 말도 있고, 우리네 선비들은 부현의 의천문 중 "달 속에 무엇이 있나? 옥토끼가 약을 찧고 있다네月中何有 玉兎搗藥"를 자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럼 떡방아는 어디서 튀어나왔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떡방아는 일본에서 생긴 개념이 일제시대 때 들어온 겁니다. 


잠깐 이야기의 흐름을 바꿔서 요즘은 명절 때 말고는 보지도 않는 음력 달력을 살펴보면 매달 15일[각주:8]이 되면, 그 한달내내 뜨는 달중 가장 둥글고 환한 달이 뜹니다. 보름마다 뜨는 달이 이러니 꽉 찬 둥근 달을 보름달이라고 하고, 꽉 찼다는 의미에서 만월滿月이라 부릅니다.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다 한자를 썼을테니까 보름은 한자로 쓰면 십오야十五夜[각주:9] 아닙니까? 그래서 열다섯번째 밤에는 보름달이라는 뜻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몇 번이고 달을 보니까 새해 첫보름날 뜨는 달이 예쁘고 크잖아요. 정월대보름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한가을에 뜨는 달이 유난히 더 크고 밝아 보여요. 그래서 달을 보면서 춤도 추고 즐기는데, 배우신 분들은 이걸 풍류야! 라면서 가능한 빠지지 않고 즐기려 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각주:10]


 우리는 이 날을 가을의 한 가운데이자 가장 달이 크게 뜨는 날을 추석秋夕이라 부르는데, 일본은 한가을中秋라고 불렀습니다. 중국은 흔히 아시는 것 처럼 중추절中秋節이라 부릅니다. 이 날 뜨는 달을 중추 명월中秋の明月이라 합니다. 서양쪽의 Thanks Giving Day나 우리네 추석이 그러하듯 이시기는 한해 농사를 수확하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일본도 추수한 음식으로 맛난 것 해먹고 신이나 조상에게 바치는 의식을 했습니다.



츠키미 당고月見団子와 억새

 


예부터 일본인들은 뭐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쌀을 먹긴 했는데 아시다시피 한중일 삼국이 쌀을 매끼 고봉으로 먹게 된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세나라 모두 오랫동안 쌀이 주식이라 말하긴 좀 그랬죠. 일본의 경우는 주식으로 먹었던 것중 하나가 토란이었는데요.


선사시대부터 일본에 거주하던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토란은 마침 중추 시기에 대량으로 수확하게 되는데, 추수를 기념하며 토란을 달에 바치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 만화나 문화에 잘 아시는 분들은 "츠키미당고라는 허옇고 동글동글한 떡 바치는거 아니야?"라고 하실텐데요. 네 맞아요. 그런데 토란은 츠키미 당고가 생기기 이전에 바쳐졌던 음식이었습니다.


 에도 시대에 이르러, 중추절은 수확을 기념하는 날로 굳혀졌습니다. 이전에 비해 쌀이 어느정도 남아돌기도 하고 만월의 다른 말인 망월望月[각주:11]이 떡을 치다라는 뜻의 모치츠키餅搗き와 발음이 유사한데서 따와 우리네 송편처럼 츠키미 당고라고 하는 떡을 만들어 바치게 됩니다.


 위 사진처럼 억새를 장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억새는 가을녘 하면 떠오르는 상징성이 있기도 하고 당시 일본 사람들이 우리네 초가집 지붕 이듯, 지붕을 이는데 많이 사용해서 친밀한 식물이고, 언뜻 보면 벼와 비슷해서 다음해에도 벼가 풍년이 들기를 하는 의미에서 달님에게 바쳤던거죠.


이렇게 일본에서는 중추절에 츠키미 당고를 만드니 달토끼가 찧는 것이 약이 아니라 떡을 만들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합니다. 우리나라도 송편 만들고 중국도 월병 만드는데 왜 꼭 일본만 떡으로 이해했다는거야? 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구한말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달토끼가 찧는 것을 거의 항상이라 해도 될 정도로 '약'으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일본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점차 떡을 찧는다는 묘사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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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ūpa. 탑파. 줄여서 탑이라고하는 바로 그겁니다. 불국사의 석가탑이나 일본 묘지나 비상천에서 유카리가 사용하는 흘려쓴 경전이 적힌 삐쭉삐죽 나무판자의 어원이죠. [본문으로]
  2. 이삼자二三子는 스승이나 임금이 제자나 신하 두세사람을 부를 때에 쓰는 말입니다 [본문으로]
  3. 바라닐사 국. 지금의 베나레스Benares 지방 [본문으로]
  4. 달토끼月兎의 다른 말. 백토白兎라고도 합니다 [본문으로]
  5. 꼭 달토끼가 아니라 지상 토끼를 달로 보내서 그랬다는 이야기도 있고 한쌍이 아니라 한마리라고도 합니다. 뭐 전설이잖아요 [본문으로]
  6. 혹은 방아 [본문으로]
  7. 그 이전부터 달의 상징은 두꺼비였습니다. [본문으로]
  8. 순수우리말로는 '보름'이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9. 일어로는 쥬:고야 [본문으로]
  10. 일본에서는 헤이안 시대부터 궁중에서 연회를 했습니다. [본문으로]
  11. 일어로는 모치즈키. 바랄 망望은 보름(15일)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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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609

    약이 먼저고 떡이 나중이구나 ^q^...

    2015.05.06 19:47 [ ADDR : EDIT/ DEL : REPLY ]
  2. 세마리 토끼를 잡다~ 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된걸까요?

    2015.05.09 08:5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