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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그말리온 Pygmalion Πυγμαλίων
    모티프/신화 종교 관련 2015. 6. 11. 23:37

    오비디우스Ovidius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 따르면, 키프로스 섬에는 케라스타이Κερασται???[각주:1]라고 하는 이마 한쪽에 쇠뿔이 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마투스Ἀμαθοῦς라고 하는 아프로디테Ἀφροδίτη[각주:2]에게 바쳐진 도시가 있었습니다. 이 도시 사람들이 제우스 신전에 양이나 소 대신 여행객들을 죽여 제물로 바치는 짓을 합니다. 아프로디테는 저런 행위에 진절머리나서 이 섬[각주:3]을 떠나려다가 '생각해보니까 섬과 도시는 잘못이 없잖아?' 하며 죄를 범한 케라스타이들을 황소로 바꾸어버리는데, 아마투스의 여인들. 프로포이티데스Προποντίδες들은 사람을 황소로 바꾸어버린 아프로디테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행위를 저지릅니다.


    아프로디테는 이 불경한 자들에게 격노하여 이들을 다른 이들에게 몸을 파는 '최초의 매춘부'로 만들었는데, 최초의 매춘부들은 매춘을 계속하다가 부끄럼이 사라지더니 석상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이 당시 피그말리온[각주:4]은 몸을 파는 여성들을 보고 여성을 꺼리게 되었는데...



    [각주:5]퓌그말리온Πυγμαλιων은 이 여인들[각주:6]이 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자

    자연이 여자의 마음에 드리운 수많은 약점이 역겨워 아내도 없이 245[각주:7]

    홀아비로 살고 있었고, 오랫동안 동침할 아내도 들이지 않았소.


    그사이 그는 눈처럼 흰 상아를 놀라운 솜씨로 성공적으로

    조각했는데, 이 세상에 태어난 어떤 여인도 그렇게 아름다울 수는

    없었소. 그는 자신의 작품에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소.

    그 얼굴은 진짜 소녀의 얼굴이었소. 그대는 그녀가 살아 있다고, 250


    곧은 행실이 막지 않는다면 움직이고 싶어한다고 믿었으리라.

    그만큼 그의 작품에는 기술이 들어가 있었소. 퓌그말리온은 보고

    감탄하였고, 자신이 만든 형상을 마음속으로 뜨겁게 갈망했소

    가끔 살인지 상아인지 알아보려고 손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져보았소.

    그러고도 그는 그것이 상아라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소 255


    그는 그것에 입을 맞추었고, 그러자 그것이 이에 화답하는 것 같았소.

    이제 그것에 말을 걸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했소.

    그러면 그의 손가락에 그것의 살이 눌리는 것 같았소.

    그러면 거기에 멍이 들지 않을까 두려워했소.

    그리고 그는 그것에게 때때로 아부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녀들이 좋아하는 조개껍질들과 반질반질한 조약돌과 260


    작은 새들과 갖가지 색깔의 꽃들과 백합들과

    색칠한 공들과 나무에서 떨어진 헬리아데스들의 눈물Heliadum lacrimas[각주:8]들을

    선물하곤 했소. 그는 또 그것의 사지를 옷을 입혀 장식하고

    손가락들에 보석 가락지를 끼워주고 목에 긴 목걸이를 걸어주었소.

    두 귀에는 진주가, 가슴에는 펜던트가 매달렸소. 265


    이 모든것이 잘 어울렸소. 그것은 장식하지 않았을 때

    그에 못지 않게 아름다웠소. 그래서 그는 그것을 시돈[각주:9]

    자줏빛 염료[각주:10]로 물들인 잠자리에 뉘이고는

    잠자리 반려자라고 부르며, 느끼기라도 하는 양 그것의

    기울어진 목덜미 밑에 부드러운 솜털 베개를 받쳐주곤 했소.

    온 퀴프로스가 참가하려고 몰려드는 베누스의 축제일이 다가왔소. 270


    구부정한 뿔에 금박을 두른 암송아지들은 눈처럼 흰 목을

    가격당하여 쓰러졌고, 제단에서는 향연이 피어올랐소.

    퓌그말리온은 제물을 바치고는 제단 앞으로

    다가서서 더듬거리며 말하길 '신들이시여. 그대들이 무엇이든

    다 주실 수 있다면, 원컨대 내 아내가 되게 해주소서' 275


    '내 상아 소녀가'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내 상아 소녀를

    닮은 여인이'라고 말했소. 친히 축제에 참가하고 있었던

    황금의 베누스는 그 기도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소.

    그래서 여신이 호의를 품고있다는 전조로써

    세 번이나 불길이 타오르며 대기 속으로 혀를 날름거렸소.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 곧장 자신의 소녀 상을 찾아가서 280


    침상 위로 머리를 숙이고 입맞추었소. 소녀가 따뜻하게 느껴졌소.

    그는 다시 입을 가져가며 손으로는 가슴을 만져보았소.

    그가 만지자 상아는 물러지기 시작하더니 딱딱함을 잃고는

    손가락들에 눌렸소. 그 모습은 마치 휘멧토스의 밀랍Hymettia cera[각주:11]

    햇볕에 물러지기 시작하며 손가락들에게 주물러져 여러가지 형상으로 285


    만들어지고 그렇게 쓰임으로써 쓸모있게 될 떄와 같았소.

    그는 깜짝 놀랐고, 의심하면서도 기뻤고, 착각이 아닐까 두러웠소.

    사랑하는 남자는 소망하던 것을 다시 또 다시 손으로 만져보았소.

    그것은 사람의 몸이었소. 그의 손가락 아래 혈관들이 고동쳤소.

    그러자 파보스의 영웅은 베누스에게 수없이 290


    감사기도를 올리고는 마침내 또 다시 자신의 입술로

    진짜 입술을 눌렀소. 소녀는 그의 입맞춤을 느끼고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눈을 향하여 수줍게 눈을 들더니

    하늘과 사랑하는 남편을 동시에 쳐다보았소. 여신은 자신이

    맺어준 결혼식에 참석하였소. 그리고 어느새 초승달의 뿔들이 295


    차서 아홉 번이나 둥근 달이 되었을 때 그들에게 파포스Paphos라는

    딸이 태어났으니, 섬[각주:12]그녀에게서de qua 이름을 따왔소.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 Pygmalion and Galatea(1890)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



    원전에서는 피그말리온이 상아로 만든 여성의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후대 사람들이 피그말리온 이야기에서 나오는 상아로 만든 여성을 우윳빛 여인이라는 뜻의 갈라테이아Γαλατεια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각주:14]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은 앞서 말한 '우윳빛 여인'으로 해석 하지만 '온화한 바다의 여신'으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실지로 갈라테이아라는 또다른 신화 속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이쪽 갈라테이아는 바다의 정령인 네레이데스Νηρηΐδες입니다. 영어로는 갈라테이아를 갈라테아라고 합니다.


    그녀가 연관된 이야기를 짧게 축약해보면,

    판Παν과  쉬마이티스Συμαιθις[각주:15] 사이에서 난 아키스Ακις[각주:16]는 아주 잘생긴 청년으로 갈라테이아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포세이돈의 아들 중 하나인 퀴클롭스Κύκλωψ 폴리페모스Πολυφημος[각주:17]는 갈라테이아를 짝사랑 했죠. 그런 어긋난 삼각관계였는데, 어느날 폴리페모스는 아키스와 갈라테이아가 얼레리 꼴레리 하는걸 보고 맙니다. 이를 보고 광분한 폴리페모스는 아키스를 거대한 바위로 죽여버립니다. 죽은 아키스의 피는 강이 되었는데, 이 강이 지금의 시칠리아 섬에 있는 아키스 강[각주:18] [각주:19]이 되었다고 합니다.



    갈라테이아의 승리The Triumph of Galatea(1514)

    라파엘로 산치오 다 우르비노Raffaello Sanzio da Urbino



    다시 본궤도로 돌아가서 '우윳빛 여인' 갈라테이아와 피그말리온에서 태어난 유일한 아이이자 도시 파포스의 유래가 된 파포스Πάφος는 딸이라고도 하고, 아들이라고 하는데요. 그리스 신화에서 양성구유는 헤르마프로디토스Ἑρμαφρόδιτος[각주:20] 밖에 없을텐데 말이죠. 


    천병희 님은 '그녀에게서de qua' 대신에 '그에게서de quo'로 적힌 책이 있어서 파포스가 딸이 아니라 아들이 된다고 각주를 달았는데요. 일반적으로는 파포스는 갈라테이아에게서 난 아들로, 어머니가 기록되있지 않은 메타르메Μεθαρμη[각주:21]를 딸로 봅니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왕이 아니라 '티레'의 왕이라고도 하는데요. 이는 엄밀히 말해 틀립니다. 확실히 바다 건너편 사이고,티레(레바논)나 키프로스나 페니키아의 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파포스의 아버지이자 상아 조각상을 조각한 이는 '키프로스의 왕 피그말리온'이고 카르타고를 건설했다고 하는 디도의 오라비 피그말리온은 티레의 왕 피그말리온입니다.





    1. 쇠뿔 난 자들이라는 뜻 [본문으로]
    2. 로마에서는 베누스Venus [본문으로]
    3. 키프로스는 아프로디테의 땅 [본문으로]
    4. 천병희 씨는 퓌그말리온이라고 표기합니다. 하지만 피그말리온이라는 표기가 더 유명하기 때문에 인용번역문에서만 퓌그말리온이라 하겠습니다. [본문으로]
    5. 이하의 번역은 천병희 님이 번역한 변신 이야기에서 [본문으로]
    6. 프로포이티데스 [본문으로]
    7.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총 10권으로 이루어진 시입니다. 피그말리온 이야기는 8권에 들어가 있으니 8권 245번째 줄이라는 뜻입니다. [본문으로]
    8. 헬리오스의 딸들로 파에톤이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 서쪽나라의 강에(이탈리아의 포 강이나 프랑스의 라인강) 묻히자 오라비의 죽음을 슬퍼해 울다가 미루나무가 되었고, 그 눈물은 보석 호박이 되었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9. 시돈은 페니키아의 오래된 도시 중 하나. 성경에서도 나옵니다. [본문으로]
    10. 티루스(티레)에서만 나는 뿔고동에서 채취한 값비싼 보라색 염료인 티리안 퍼플Tyrian Purple을 말합니다. [본문으로]
    11. Hymettus Hymessos는 아테네 남동쪽의 산으로 고대엔 양봉으로 유명했다. [본문으로]
    12. 섬은 키프로스가리보다는 키프로스의 유명한 도시인 파포스를 말함. [본문으로]
    13. 출처 http://www.thelatinlibrary.com/ovid/ovid.met10.shtml [본문으로]
    14. 괴테가 이 상아로 만든 여성을 엘리제Elise라 불렀다는건 유명하죠? [본문으로]
    15. 시칠리아 남부에 흐르는 시메토 강Simeto. 남부 이탈리아에서 두번째로 긴 강 [본문으로]
    16. 후술하겠지만 시칠리아 섬의 아치레알레 강 [본문으로]
    17. 오뒷세이아에서도 나옵니다. [본문으로]
    18. 알칸타라 강 하구 [본문으로]
    19. https://books.google.co.kr/books?id=3doMAAAAIAAJ&pg=PA50&dq=Alcantara+river+acis&hl=ko&sa=X&ved=0CBwQ6AEwAGoVChMIuerA_uSHxgIVQSymCh30XgDd#v=onepage&q=Alcantara%20river%20acis&f=false [본문으로]
    20.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이름에서 느낌이 오셨듯이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에서 난 자입니다. 물의 요정 살마키스가 헤르마프로디토스가 목욕할때 덮치고는 '우리 둘을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해서 양성구유가 됩니다. [본문으로]
    21. 아도니스의 어머니인 뮈르라Μύρρα의 어머니. 즉 피그말리온은 아도니스의 외증조할아버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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