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복조리와 복갈퀴
    모티프/신화 종교 관련 2014. 10. 22. 15:39

     설날에는 설빔을 입고 마을어른들께 세배 드리고, 덕담을 주고 받는 것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풍습이지만, 대문에 체를 걸거나, 복 조리와 복 갈퀴를 문 위에 걸어두는 풍습은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 외로 이젠 많이 생략된 풍습으로는 주부들이 집의 신들에게 제사를 하던 고사, 설에 악귀를 막는 그림을 그려 붙이는 설그림歲畵[각주:1], 새해 첫새벽에 듣는 소리를 통해 한해 운세를 점치던 청참聽讖[각주:2] 등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체와 복 조리, 복 갈퀴를 문에 걸어두는 풍습입니다. 

     먼저, 체를 걸어두는 풍습은 야광夜光이라고 하는 귀신 때문에 하루 운세가 나빠지는걸 막기 위한 풍습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설날 전날 밤에는 야광夜光이라고 하는 귀신이 집을 돌아다니면서, 자기 발과 맞는 신발이 있으면 그 신발을 신고 가버리고, 신발을 빼앗긴 사람의 한해 운세가 매우 좋지 않다고 믿었습니다. 야광이 신발을 신고 가버리는걸 막기 위해서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자기 신발을 숨기고, 대문에 체를 걸어놓았습니다.[각주:3] 야광은 신발을 훔치러 들렀다가, 대문 혹은 신발 위에 구멍이 잔뜩 뚫린 체를 보고는 호기심이 동해서 체에 뚫린 구멍이 몇 개인지 세보려고 하는데, 구멍이 원체 많고 작으니 세다가 자꾸 틀려 동이 틀 때까지 구멍을 세기 바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설날에는 그 한해 운세가 좋아지라고 문에 복 조리와 복 갈퀴를 걸기도 했습니다. 조리는 쌀을 씻기 전에 쭉정이나 돌 따위와 같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조리도구입니다. 요즘이야 기계로 도정하고 분류하기에 쌀에 불순물이 거의 없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요즘도 간간히 있긴 합니다만……) 쌀 한 가마니에 들어간 모래나 바위 쭉정이가 상당했고, 이것들을 걸러내지 않으면 밥을 못했습니다. 


    조리는 대나무를 쪼개, 국자와 비슷한 형태로 엮어 만듭니다. 조리의 사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밥하기 전에 쌀을 물에 넣고는 조리로 쌀을 휘휘 젓습니다. 그럼 쌀만 물 위로 떠오르는데, 떠오르는 쌀을 조리로 떠서 따로 담아 분리합니다. 쌀을 뜨기 전에 휘휘 젓는 행위를 '쌀을 인다.'고 합니다. 


    조리는 지금이야 보기 힘들지만, 아주 예부터 조리도구로써 빠지지 않던 물건이라 친숙한데다가, 쌀을 ‘모아 담는’ 용도로 쓰였기 때문에 쌀을 담듯이 복도 담길 바라는 마음에서 연말에 복 조리를 사서 문 위에 달아놓았습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복 갈퀴라고 해서, 작은 갈퀴를 만들어 조리와 함께 걸었는데요. 이는 복을 복갈퀴로 쓸어서 복조리에 담길 바라는 마음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복갈퀴는 일본에서도 유사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11월에 열리는 토리노 이치酉の市에서 파는 엔기쿠마데縁起熊手라고 하는 복갈퀴가 바로 그것입니다. 토리노 이치는酉の市는 지금 도쿄 아다치구足立区에 있는 오오토리 신사大鷲神社에서 신께 바치던 제사와 가을철 수확제가 결합해, 다음 해의 복과 사업번창, 입신양명 등을 기원하던 것을 유래로 봅니다.


    엔기쿠마데는 복을 불러오는 갈퀴라는 뜻으로 갈퀴가 낙엽을 쓸어 담듯이 돈 혹은 복을 쓸어 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 다른 설로는 토리노이치가 열리는 신사는 독수리(와 닭)와 연관이 깊은데, 독수리가 발톱으로 사냥감을 움켜쥐는 것처럼 움켜쥐는 바람에서 유래했다고 봅니다. 그래서인지 큰 엔기쿠마데가 그만큼 효능(?)이 뛰어나다고 하며, 처음엔 작은 엔기쿠마데를 사고 해마다 점점 큰걸 사는 게 좋다던가 엔기구마데를 동쪽을 향해 걸어두면 사업운, 남쪽을 향해 걸어두면 명예운, 서쪽을 향해 걸어두면 금전운이 좋아진다고 하네요.




    2013/09/15 - [역사, 종교, 전설 등] - 쿠쿠리히메 · 키쿠리히메 菊理媛神


    2014/01/14 - [역사, 종교, 전설 등] - 절분節分과 정어리 대가리도 믿기 나름 鰯の頭も信心から


    2014/08/10 - [역사, 종교, 전설 등] - 뇌수雷獣와 카미나리가리雷狩り


    1. 용과 호랑이 장군 그림 등 [본문으로]
    2. 처음 듣는 소리가 까치 소리면 그 해는 운이 좋고,  까마귀나 참새같은 소리면 그 해 운이 좋지 못하고,  사람 목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그냥저냥한 해를 보내게 된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3. 지방에 따라 신발을 엎어두고 신발 위에 체를 놓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