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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솝우화와 역사 속에서 나오는 화살 교훈
    모티프/유래 역사 관련 2017. 9. 7. 18:47

    이솝우화 중 Perry Index[각주:1] 53번은 형재간의 우애, 혹은 단결을 권하는 내용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농부와 그의 아들들

     농부의 아들들은 서로 반목했다. 농부가 아무리 타일러도 말로는 자식들의 마음을 바꾸도록 설득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농부는 행동으로 설득하기로 결심하고 자식들에게 막대 한 묶음을 가져오라고 했다. 자식들이 시키는 대로 하자 농부는 먼저 자식들에게 막대기들을 다발로 주며 꺾어보라고 했다. 자식들은 있는 힘을 다해도 꺾을 수 없었다. 농부는 이번에는 다발을 풀고 자식들에게 막대기를 하나씩 주었다. 자식들이 막대기를 쉽게 꺾자 농부가 말했다.

    "아들아 너희들도 뭉치면 적들에게 지지 않겠지만, 서로 반목하면 이 막대기처럼 쉽게 꺾이게 된다."

     Γεωργοῦ παῖδες ἐστασίαζον. Ὁ δὲ, ὡς πολλὰ παραινῶν οὐκ ἠδύνατο πεῖσαι αὐτοὺς λόγοις μεταβάλλεσθαι, ἔγνω δεῖν διὰ πράγματος τοῦτο πρᾶξαι, καὶ παρῄνεσεν αὐτοῖς ῥάβδων δέσμην κομίσαι. Τῶν δὲ τὸ προσταχθὲν ποιησάντων, τὸ μὲν πρῶτον δοὺς αὐτοῖς ἀθρόας τὰς ῥάβδους ἐκέλευσε κατεάσσειν. Ἐπειδὴ δὲ κατὰ πᾶν βιαζόμενοι οὐκ ἠδύναντο, ἐκ δευτέρου λύσας τὴν δέσμην, ἀνὰ μίαν αὐτοῖς ῥάβδον ἐδίδου. Τῶν δὲ ῥᾳδίως κατακλώντων, ἔφη· "Ἀτὰρ οὖν καὶ ὑμεῖς, ὦ παῖδες, ἐὰν μὲν ὁμοφρονῆτε, ἀχείρωτοι τοῖς ἐχθροῖς ἔσεσθε· ἐὰν δὲ στασιάζητε, εὐάλωτοι". Ὁ λόγος δηλοῖ ὅτι τοσοῦτον ἰσχυροτέρα ἐστὶν ἡ ὁμόνοια ὅσον εὐκαταγώνιστος ἡ στάσις.


     이 이야기를 듣고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거 같은데?라고 생각하실텐데요. 우리나라 설화집이나 역사책에서는 고구려 말 연개소문이 세 아들들에게 화살을 꺾음으로써 아들들이 서로를 도우라고 했다고 적혀있기도 하고,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424년의 오호십육국 때의 토욕혼의 왕 모용아시가 동생과 아들들에게, 혹은 몽고비사에서 칭기스칸의 조상이 했던 말을 그외로 일본 미디어매체나 게임에 익숙하신 분들은 모리 모토나리의 세 화살 교훈을 떠올리셨을 겁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디테일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내용이에요.



     때문에 이 막대기(혹은 화살)를 꺾으며 화합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Peery Index 53번의 이솝 우화를 유래로 보기도 하고, 많은 유목민족들에게 공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저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유목민족의 설화가 서쪽에서는 이솝우화 채집가에 의해 수록되었고, 동쪽으로는 중국의 토욕혼, 몽고의 징기스칸의 조상이 활용했고, 이 이야기가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보거든요. 실제로 어쩐지는 알 수없지만요.



    다음은 자치통감에 적힌 토욕혼吐谷渾 아시阿豺가 한 화살 교훈입니다.

    겨울 10월. 토욕혼 위왕 아시가 죽었다. 아시에게는 20명의 아들이 있었다 병에 걸려 뭇 아들과 동생들을 불렀다 말했다. (중략) 

    아시는 또 아들들에게 화살 한 대씩 바치라 하고는 화살 한 대를 동생 모리연에게 주고는 부러뜨리라 하였다. 모리연이 그것을 부러뜨렸다. 다시 19개의 화살을 주고는 부러뜨리라 하자 모리연은 부러뜨리지 못했다. 아시가 다음과 같이 타일러 말했다. "너희들은 알겠는가 하나는 쉽게 부러뜨릴 수 있으나 많으면 부러뜨리기 어렵다. 너희들은 마땅히 힘을 쓰고 마음을 하나로 하고, 그런 연휴로 나라를 보전하고 집안을 안녕케 할 수 있다." 말을 마치고는 죽었다.


    자치통감 권 120 중



    冬,十月,吐谷渾威王阿柴卒。阿柴有子二十人。疾病,召諸子弟謂之曰 (중략) 

    阿柴又命諸子各獻一箭,取一箭授其弟慕利延使折之。慕利延折之。又取十九箭使折之,慕利延不能折。阿柴乃諭之曰:「汝曹知之乎?孤則易折,衆則難摧。汝曹當勠力一心,然後可以保國寧家。」言終而卒。



    다음은 원조비사에서 칭기스칸의 11대 위의 할머니인 알란 구아/코아阿蘭豁阿가 보돈차르孛端察兒와 다른 아들들에게 일러주는 장면인데 여기에서는 화살이 다섯개 입니다.

    사람당 하나씩 화살 한 대를 부러뜨리라 하였다. 화살 한 대가 무슨 상관이라고 다시 화살 다섯 대를 한 다발로 한 뒤 묶으라 하였다. 다섯 명은 화살 다섯 대를 한 다발로 해 사람마다 다발을 들었다. 다발을 꺾으려 했으나 꺾을 수 없었다. (중략)

     알란 구아가 다시 제 다섯 아들들에게 가르쳐 말했다. "너희들 다섯은 모두 내 한 배에서 나왔다. 나오기를 다섯 대가 한 다발에 있는 것처럼 나왔다. 각자 따로 산다면 화살 하나처럼 쉽게 꺾일 것이다. 그 화살 다발처럼 우애롭고 화목하면 누가 너희들을 어찌 하겠는가



     人各與一箭杆命折之,一箭其何有哉折而棄焉,又束五箭杆,與而命折之,五人將束五之箭杆,人各轉持,輪而折之,而未能焉 (중략)

    阿闌豁阿又誨其五子曰:汝等五子,皆出我一腹,脫如適之五箭,各自為一, 誰亦易折一箭乎!如彼束之箭,同一友和,誰易其如汝等何![각주:2]



    앞서 두 경우와 달리 모리 모토나리의 화살 교훈은 정확한 유래[각주:3]가 없습니다. 그저 에도시대 때부터 일본에는 모리 모토나리가 아들들에게 화살 다발로 일치단결하라는 교훈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유행했던 것이 군국-파쇼주의를 표방한 일제의 입맛에 맞아떨어져 태평양 전쟁 전까지 사용했던 건데요.


    지금으로 치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세 화살三本の矢 교훈이라며 실리게 됩니다. 이점에서는 우리나라 연개소문이 아들들에게 했다는 것과 동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광복 이후 독재정권 시절 한데 뭉치고 따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세 화살 교훈을 연개소문과 그 아들들로 현지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음은 세 화살 교훈입니다.

    "병상에 누워있던 모리 모토나리가 임종 전에 세 아들들을 불러다가 화살 하나씩을 주고는 꺾게 하고, 화살 세 대를 주고는 꺾어보게 하지만 아무도 꺾지 못했고 모토나리가 "화살 하나는 간단히 꺾이지만 셋이 함께하면 쉽게 꺾이지 않는다. 너희들 셋이 이처럼 단결하여 모리 가문을 지켜주었으면한다."라고 하였고 세 아들들은 이 교훈을 따랐다."


    이 교훈은 시대별로 기록된 책 별로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요.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초기까지는 모토나리의 '많은 아이들'에게 그저 '화살 다발'로 교훈을 주었다고 하고, 메이지 중기 즈음에는 모토나리의 '세 아들'에게 '화살 다발'로 변했고 메이지 후기에 생겨나고 가장 유명한 버전. 장남 타카모토, 차남 모토하루, 막내 타카카게에게 임종 때 세 화살로 교훈을 주었다며 변했습니다.


    이야기가 변하는건 자주 있는 일이긴 한데 메이지 후기에 생겨나 가장 유명한 버전 이게 문제입니다.

    앞서 이야기들은 실제로 있었는지 없었는지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충분히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 비해, 편집자가 역사적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모토나리의 아들을 모리 타카모토毛利隆元 킷카와 모토하루吉川元春 코바야카와 타카카게小早川隆景로 바꿔버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와 크게 틀어졌습니다. 모토나리는 1571년에 죽었는데, 모토나리의 임종 때 교훈을 받았다고 하는 타카모토는 1563년에 이미 죽어서 그 교훈을 받을 수 없거든요.


    이 세 화살 교훈은 모토나리가 세 아들들에게 남겼다고 하는 교훈장 산시쿄우쿤죠우三子教訓状과 자주 혼동되거나 여기에 실려있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해당 교훈장에는 화살 비유나 그와 유사한 이야기는 적혀있지 않습니다.




    [각주:4]


    여담으로 아베 내각은 아베노믹스를 세 화살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1. 우솝 우화를 분류하는 방식 중 하나 입니다. 이솝 우화라 전해져 내려온 것을 페리와 로드리게스가 그리스계 이솝우화와 로마계 이솝우화로 나누고 이를 각각 시기별로 나누고, 알파벳 순서대로 정렬한다음 번호를 메긴 것입니다. [본문으로]
    2. http://tw.swewe.org/word_show.htm/?1042742_1&%E6%8A%98%E7%AE%AD%E6%95%99%E5%AD%90 [본문으로]
    3. 常山紀談이 유래라고 보기도 하지만 前橋旧蔵聞書이 유래라고도 함 [본문으로]
    4. http://www.kantei.go.jp/jp/headline/seichosenryaku/sanbonnoya.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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