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P 2014. 8. 11. 01:07

포송령蒲松齡이 지은 요재지이는 기이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습니다. 이 중에는 동방삼월정과 자가선에서 오니들이 술을 담을때 쓰는[각주:1] 술벌레의 유래인 '주충酒蟲'이 나옵니다.




장산현長山縣[각주:2]에 사는 유씨劉氏는 살이 풍만하게 찐 편으로 술을 마시는걸 좋아했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시더라도 술 한 동이를 줄곧 비웠다. 성 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름진 논 삼백 마지기 중에서 반은 항상 기장을 심었는데, 집안이 원체 부유했기 때문에 그가 술을 마신다고해서 형편이 나아지는 일은 없었다.


 어느 날 외국의 승려가 유씨를 보고서는 몸에 괴질이 있으리라 생각해 말을 했다.

유씨 "난 아무 병도 없어."

승려 "당신은 술을 마시더라도 항상 취하지 않지요?"

유씨 "그렇습니다."

승려가 "이는 술벌레 때문입니다."라고 하니 유씨는 깜짝 놀라 승려에게 치료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승려 "쉽죠."

유씨 "무슨 약을 쓰실겁니까?"라고 하니 승려는 아무 것도 필요없다고 했다.


단지 그를 한낮에 양지바른 곳에 엎드리게 하고 손발을 묶고는 입에서 반 자尺[각주:3]쯤 떨어진 곳에 좋은 술을 한 잔 놓았다. 시간이 흐르자 목구멍이 타는 듯한 갈증이 나 술을 너무나도 마시고 싶어졌다. 술 향기가 코에 아른거리니 마시고 싶은 마음은 불같이 일었지만 아무리 애써도 마실 수 없었다. 갑자기 목구멍이 미친듯이 간지러워져 웩 하고 구역질을 하여 어떤 것이 튀어나와 술 안으로 떨어졌다.


승려는 유씨를 풀어주고 그것을 보게 하였다. 길이가 서너 마디寸쯤 되보이는 붉은 살덩이가 물고기마냥 술동이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입과 눈이 또렷하였다. 유씨는 크게 놀라 중에게 사례하려고 돈을 주려하자 승려는 사양하며 그 벌레를 달라고 했다.


유씨는 "도대체 어디에 쓰시렵니까?" 라고 물으니 승려가 "이놈은 술의 정령입니다. 독 안에 물을 채우고 술벌레를 넣어 휘젓기만 하면 바로 좋은 술이 되지요." 유씨가 이를 듣고 시험해보니 과연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유씨는 술을 원수처럼 미워하게 되었다. 몸이 마르기 시작하고 집안이 하루하루 빈곤해져 나중에는 밥 빌어먹기도 힘들게 되었다.




포송령은 

 "하루에 한 섬石[각주:4]씩 술을 마셔도 재산이 축나지 않다가 한 말斗[각주:5]도 마사지 않게 되어서는 나날이 가난해졌다니, 먹고 마시는 것조차 모두 정해져있단 말인가?" 혹자는 "술벌레는 유씨의 복이지 병이 아니었는데, 승려가 그를 속여 술법을 부리고 자신의 욕심을 채웠다." 그 말이 맞을까? 아닐까?

라 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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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이카의 호리병 이부키효伊吹瓢를 만들때 술벌레의 엑기스가 들어가 있어 술이 마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지금의 산둥 성山東省 빈저우 시濱州市 쩌우핑 현邹平县 남부의 옛 명칭 [본문으로]
  3. 자尺는 약 30.3cm를 가리키는 길이단위입니다. 자가 보통 30cm인 이유이기도 한데요. 마디의 10배됩니다. 반 자는 약 15cm되죠 [본문으로]
  4. 섬石은 말斗의 10배되는 액체와 곡식을 세는 단위로 약 180L를 가리킵니다. 정말 저렇게 마셨다는 건 아니고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의 비유입니다. [본문으로]
  5. 말斗은 되升의 열배되는 단위로 약 18L를 가리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