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 역사 관련2015.08.05 22:13

10세기 말. 송태종宋太宗의 칙령으로 중국 각지의 설화를 모은 설화집.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많은 기이한 이야기가 실려있는데요. 남녀 사이를 이어주는 존재 월하노인月下老人과 부부가 될 사이에 이어진 붉은 실은 태평광기에 실려있는 정혼점定婚店에서 나옵니다.


일본 미디어매체를 통해 우리에게도 그렇게까지 낯설지 않은 새끼 손가락에 이어진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은 이 정혼점에서 나오는 '발목에 묶는 붉은 새끼줄'이 일본에서 변형된 겁니다.



다음은 정혼점입니다.


 두릉杜陵 지방에는 위고韋固라고 하는 한 청년이 살고있었다. 그는 일찌기 부모를 여의어, 얼른 아내를 얻고자 하여 노력했으나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정관貞觀 2년[각주:1]에 청하清河에 가려다가 송성宋城의 남쪽 객점에서 묵게되었다. (그 객점의)손님 중에는 이전에 청하군의 사마 반방司馬潘昉이라는 작자의 여식과 중매를 이야기한 사람이 있었는데, 다음날 아침에 객점 서쪽의 용흥사龍興寺 문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위고는 (아내를)얻고자 하는 마음이 절박해 아침 일찍 갔다. 비스듬히 비추는 달빛이 아직 밝은데, 한 노인이 들쳐메는 천 주머니에 기대어 앉아 달빛에 의지해 글을 읽고 있었다. (위고는)그 글을 엿보았지만 모르는 글자이기에 노인에게 물어보았다.

"노인장께서 찾는글은 무엇입니까? 저는 어려서부터 고생하며 공부를 조금하여, 모르는 글자가 없습니다. 서쪽나라의 범어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본 적이 없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겁니까?"


노인은 웃으며,

"이것은 인간 세상의 글이 아닐진데, 그대가 보았군요."

위고가 말하였다.

"그러면 이건 어떤 글입니까?"

"저승의 글입니다."

"저승 사람이 어찌 여기에 오셨습니까?"

"당신이 일찍 온 것이지, (내가)오지 말아야할 곳에 온 것은 아니오. 무릇 저승의 관리들은 모두 사람의 일을 주관하는데<원작에서는 주관主이 아니라 만들다生>, 어찌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지 못하겠소. 지금 길을 걷는 사람들도 반은 사람이고 반은 귀신인데 사람과 귀신이 구별이 되겠소."

"그러면 당신은 어떤 일을 주관하십니까?"

"세상 사람들의 혼인이오."


위고는 기뻐하며

"저는 어려서부터 고아라 일찍 장가들어 가문을 넓히고 후대를 잇고자했습니다. 그러나 10년간 다방면으로 혼담을 넣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여기서 만나기로 한 이가 사마 씨의 딸년과 중매를 하기로 했는데, 혼사가 이루어지겠습니까?"

"안되겠소. 당신의 아내는 이제야 세살이오. 17세가 되면 그때 시집올 것이오."


위고는 노인의 천주머니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묻자 노인이 대답하길

"부부의 발에 묶는 빨간 새끼줄인데, 그들이 앉으면 몰래 서로를 묶소이다. 그리하면 아무리 원수 지간이든, 아무리 귀한 몸이든 천한 놈이든, 하늘 아래 멀래 떨어져 벼슬살이를 하든, 오나라와 초나라 만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든 이 새끼줄에 묶이면, 벗어날 수 없소. 그대 다리도 이미 상대와 묶여있는데, 달리 구한들 뭐에 쓰겠소."

"제 처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 집안은 뭘 하는 집안입니까?"

"이 객점 북쪽 나물 파는 할멈네 딸이요."

"볼 수 있겠습니까?"

"(할머니인)진씨陳氏가 매일같이 안고와서 나물을 팔고 있으니, 나를 따라온다면 보여주겠소."


이윽고 날이 밝았으나 오기로 한 이는 오지 않았고, 노인은 적힌 글을 둘둘 말아 천주머니에 넣고는 들쳐메고 걸어갔다. 위고가 그를 따라 나물菜<원작에서는 쌀米.> 파는 시장에 가자, 한 애꾸눈 할멈이 세살박이 여자애를 안고 오고 있는데, 심히 남루한 차림세였다. 


노인이 그녀를 가리며

"이 아이가 당신 아내요"

위고는 화를 내며 

"(아이를)죽여도 됩니까?"

"이 아이는 큰 녹봉을 받아먹을 팔자라 아들 덕분에 식읍을 받게 될터인데 어찌 죽이겠소?"

노인은 이윽고 자취를 감추자, 위고는 단도 하나를 꺼내어 종에게 주며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너는 평소에 일을 잘 처리해왔는데, 나를 위하여 저 여자아이를 죽인다면 내가 만 전錢을 주겠다."

"알겠습니다."

다음날이 되자 소매에 칼을 숨긴채 시장에 간 종은 사람들 무리를 틈타 찌르고 도망갔는데 시장이 붐볐기에 들키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다.

위고가 종에게 물었다.

"찔렀느냐?"

"처음엔 심장을 찌르려고 했으나 불행히도 미간 사이를 찔렀씁니다."


그 이후에도 위고는 중매를 넣어봤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나 위고는 아버지의 음복으로 상주군<軍은 본디 君.>이 되었다. 상주자사 왕태는 위고에게 사호를 겸직케 하여, 죄인을 심문하는 일을 전담토록 했는데, 왕태는 위고가 능력이 있다고 보고 자기 딸을 아내로 하게 하였다. (왕태의 딸은) 열예닐곱 살로 용모가 화려하였다. 위고는 이를 아주 흡족케 여겼다. 그런데 미간 사이에는 항상 꽃장식을 붙이고 있었는데, 목욕할 때나 혼자 있을 때에도 떼는 법이 없었다. 


몇 년이 지나고 위고가 아내에게 그 이유를 묻자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소첩은 군수의 조카지 딸이 아닙니다. 옛날 선친께서는 송성을 다스리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소첩은 강보에 싸여 있었는데, 어머니 오라버니가 차례로 떠나, 오로지 하나 남은 송성의 남쪽 장원에서 유모인 진씨와 함께 객점 근처에서 채소를 팔며 아침점심을 겨우 때웠습니다. 진씨는 어린 저를 가여웁게 여겨 한시도 떼어놓지 않았는습니다. 제가 세살 되던 때에 유모에게 안겨 시장에 갔을 때 웬 미친 도적의 칼에 찔렸습니다. 그 칼자국이 아직도 남아, 꽃 장식으로 덮었습니다.


칠팔년간 숙부께서 노룡에서 일을 보실 적에 마침내 숙부 옆에 있게 되었고, 숙부님께서 저를 딸로 하여, 당신께 시집을 보내셨습니다."


위고가 말하였다.

"진씨가 애꾸요?"

"그렇습니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당신을 찌른 놈이 이 위고요." 그리고 이어 기이한 일이다라 했다.


위고는 이 일을 부인에게 모두 말하였고 서로가 지극히 공경하며 아끼었다. 후에 아들인 곤을 낳았는데, 곤은 안문 태수가 되었으며, 태원군 태부인에 봉해졌다. 길흉화복은 이미 정해져 있어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송성의 태수가 이를 듣고는 그 객점을 정혼점定婚店이라 이름 붙였다. 출전 속유괴록續幽怪錄

 

杜陵韋固,少孤,思早娶婦,多歧,求婚不成。貞觀二年,將遊清河,旅次宋城南店。客有以前清河司馬潘昉女為議者,來旦期於店西龍興寺門。固以求之意切,旦往焉。斜月尚明,有老人倚巾囊,坐於階上,向月檢書。覘之,不識其字。固問曰:「老父所尋者何書。固少小苦學,字書無不識者。西國梵字,亦能讀之。唯此書目所未覿,如何。老人笑曰:「此非世間書,君因得見。」固曰:「然則何書也。曰:「幽冥之書。」固曰:「幽冥之人,何以到此。」曰。君行自早。非某不當來也。凡幽吏皆主人生之事。<主「主」原作「生」,據明鈔本改。>人可不行其中乎。今道途之行,人鬼各半,自不辨耳。」固曰:「然則君何主。曰:「天下之婚牘耳。」固喜曰:「固少孤,嘗願早娶,以廣後嗣。爾來十年,多方求之。竟不遂意。今者人有期此,與議潘司馬女,可以成乎。曰:「未也,君之婦適三歲矣。年十七,當入君門。」因問囊中何物。曰:「赤繩子耳,以繫夫婦之足,及其坐則潛用相繫。雖讐敵之家。貴賤懸隔,天涯從宦,吳楚異鄉,此繩一繫,終不可逭。君之脚已繫於彼矣,他求何益。」曰:「固妻安在。其家何為。曰:「此店北賣菜家嫗女耳。」固曰:「可見乎。曰:「陳嘗抱之來,賣菜於是。能隨我行,當示君。」及明,所期不至,老人卷書揭囊而行。固逐之入菜「菜」原本作「米」,據明鈔本改。市。有眇嫗,抱三歲女來,弊陋亦甚。老人指曰:「此君之妻也。」固怒曰:「殺之可乎。老人曰:「此人命當食大祿,因子而食邑,庸可殺乎。老人遂隱 固磨一小刀,付其奴曰:「汝素幹事,能為我殺彼女,賜汝萬錢。」奴曰:「諾。」明日,袖刀入菜肆中。於衆中刺之而走。一市紛擾,奔走獲免。問奴曰:「所刺中否。曰:「初刺其心,不幸才中眉間。」爾後求婚,終不遂。又十四年,以父蔭叅相州軍。<軍 原作 君,據明鈔本改。>刺史王泰俾攝司戶掾,專鞫獄,以為能,因妻以女。可年十六七,容色華麗。固稱愜之極。然其眉間常貼一花鈿,雖沐浴閒處,未嘗暫去。歲餘。固逼問之。妻澘然曰。妾郡守之猶子也,非其女也。疇昔父曾宰宋城,終其官。時妾在襁褓,母兄次歿。唯一莊在宋城南,與乳母陳氏居,去店近,鬻蔬以給朝夕。陳氏憐小,不忍暫棄。三歲時,抱行市中,為狂賊所刺。刀痕尚在,故以花子覆之。七八年間,叔從事盧龍,遂得在左右,以為女嫁君耳。」固曰:「陳氏眇乎。曰:「然,何以知之。固曰:「所刺者固也。」乃曰奇也。因盡言之。相敬愈極。後生男鯤,為鴈門太守。封太原郡太夫人。知陰隲[각주:2]之定。不可變也。宋城宰聞之。題其店曰定婚店。出《續幽怪錄》


태평광기 정수십사혼인定數十四婚姻 중 정혼점定婚店


월하노인과 같은 뜻으로 빙상인氷上人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진서에 나온 색담이 해몽해주고 그 일대로 중매가 잘 된것에서 유래합니다. 빙상인은 빙인氷人이라고도 하는데요. 앞의 월하노인과 합쳐 중매쟁이를 월하빙인月下氷人이라고도 합니다.


(중략) 효렴인 영호책이 꿈에 얼음 위에 서있는 사람과 얼음 밑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색담이 이에 대해 해몽하길,

"얼음 위라고 하는 것은 양陽이요. 얼음 밑이라 함은 음陰이니 음양에 관한 일입니다. 총각이 장가 드는 것을 얼음이 녹을 때 쯤에 하라는 말이 있듯 혼인에 관한 일입니다.


당신이 얼음 위 사람이 얼음 밑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았다 함은 양이 음에게 말을 한 것으로, 중매를 본다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중매를 보게 될텐데, 그러면 얼음이 녹을 때 쯤에 결혼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들은 영호책은

"늙은 점쟁이 양반, 중매는 무슨"


영호책은 태수 전표로부터 자신의 아들과 고향 사람 장씨의 딸을 중매 서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그 둘은 봄에 결혼하였다.

 孝廉令狐策夢立冰上,與冰下人語。紞曰:「冰上為陽,冰下為陰,陰陽事也。士如歸妻,迨冰未泮,婚姻事也。君在冰上與冰下人語,為陽語陰,媒介事也。君當為人作媒,冰泮而婚成。」策曰:「老夫耄矣,不為媒也。」會太守田豹因策為子求鄉人張公徵女,仲春而成婚焉。


진서晉書 권95 예술전藝術傳 색담索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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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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